▲중국산 건조마늘에 밀려 창고에 쌓인 국내산 마늘

마늘생산 농민들은 중국산 수입 건조마늘에 밀려 지난해 재고 마늘이 판로가 꽉 막혀 창고에서 방치되고 있어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농민들에 따르면 제주를 비롯한 전국에 쌓여 있는 건조마늘은 2000여t에 달하는데다 올해 마늘 판로에도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우남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은 “정상적으로 수입된 건조마늘의 국내 유통가격은 관세 360%와 유통비용을 더해 1만6000원 수준이지만, 시중에는 6000원짜리 수입 건조마늘이 유통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국내산 건조마늘의 판로가 꽉 막혔다”고 지적했다.
 
윤명희 의원은 “정부가 사전세액심사를 통해 가격심사를 강화하고 있지만, 심사 품목이 매우 제한적”이라며 “저가신고 농산물에 대한 특별단속 및 관리감독을 관세청에 맡길 것이 아니라 경찰이나 검찰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해 790t에 달하는 건조마늘이 수입된 데는 수입업자들의 허위 저가신고가 성행했기 때문이라는 게 마늘 생산자단체와 관련업계가 지적하고 있다.
 
관세를 조금 물기 위해 중국 건조마늘 현지값의 20% 수준인 1㎏당 450~600원으로 수입가를 대폭 낮춰 신고하는 행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중국산 건조마늘이 1㎏당 6000원대의 낮은 값에 거래되는 사이, 국내산 건조마늘은 설 자리를 잃은 채 창고에서 낮잠만 자고 있다.
 

▲23일 제주구좌농협 마늘 해외수입정보검증회의모습

23일 제주 구좌농협에서 열린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해외수입정보검증회의에서 관세당국은 지난 5년간 사전세액심사를 통해 적발된 업체와 추징금액은 2010년 158개 업체 432억원, 2011년 77개 업체 47억원, 2012년 82개 업체 277억원, 2013년 108개 업체 116억원, 2014년 88개 업체 83억원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해외수입정보검증회의 자문위원인 서호롱 관세청 법인심사과 반장은 “건조마늘이 저가수입신고로 문제가 된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최근 5년간 수입된 건조마늘 전체에 대해 수입신고액 등을 조사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같은 조치 이후에도 문제가 시정되지 않을 경우 사전세액심사 대상품목으로 지정,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관세청의 사전세액심사 대상품목은 2006년 양파 등 6개품목에서 시작해 올해 건고추·신선냉장마늘 등 24개 품목의 농산물로 확대 운영되고 있다.

사전세액심사 대상품목으로 지정되면 매월 담보기준가격을 고시하고 적정수준 이하로 신고시 그 차액에 대해 담보금을 내게 한 뒤 저가신고 여부를 심사한 후 수입이 허용된다.

이창철 한국마늘산업연합회장(대정농협 조합장)은 “중국산 건조마늘의 평균 수입신고가격이 톤당 630달러로 현지가격 3000달러의 5분의 1 수준”이라며 “불법·편법으로 저가수입되는 행태를 막기 위해 사전세액심사품목으로 지정, 운영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농민들은 관세청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 농업관련 기관과 긴밀하게 협조해 건조마늘을 비롯한 저가신고 의혹이 높은 농산물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적정한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기관도 라면 제조업체 등 주요 수요처의 국내산 건조마늘 소비를 적극 권장·지원하고, 수입 마늘의 방출을 늦추는 등 시의적절한 수급대책을 제시해 올해 마늘 판로에 안정을 위한 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장수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