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국민건강을 위해 지자체를 통해 추진하고 있는 수돗물 안심검사제도가 과학성이 결여된 엉터리로 이뤄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과 지방의 수도사업소들이 수돗물의 시료 채취과정에서 정체수 대신 깨끗한 물을 받아 비과학적인 하나마나한 검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수장에서 수도꼭지로 공급되는 수돗물은  각 가정의 옥내 배관에 도달되면 수도꼭지를 틀기 전까지는 항시 정체돼 있다.  

정체 시간은 취침시엔 최단 6시간, 외출시엔 최장 8시간 이상, 여행시엔 5일 - 7일 이상 2주에서 한달을 넘길 수 도 있다.    

게다가 수돗물이 정체되는 옥내 배관은 관리 부실로 노후화 되면서 각종 중금속 등에 오염돼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각 가정에서 수질검사를 의뢰하면 검사원들은 수도꼭지에서 바로 나오는 정체수를 흘려보내고 깨끗한 물을 시료로 받아 검사를 하고 있다. 

이는 환경부가 시행해오던 종전 최소 6시간 정체수 시료 채취 검사제를 완전 폐지해버린 데서 비롯되고 있다.

환경부가 이처럼 정체수 수질검사제를 폐지한 이유는 무엇일까?

수돗물 안심 수질검사제를 도입하면서 정체수 시료 검사제를 그대로 둘 경우 적합판정보다는 부적합 판정이 많이 나올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적합 판정이 많아지면 가뜩이나 높은 수돗물 불신에 가속도가 붙지 않을 까? 이런 최악의 상황은 피해보자는 꼼수 아닌 꼼수의 탁상 행정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서울 강서구의 한 중학교는 2년전 학생들이 이용하는 수도꼭지에서 녹물이 나오자 서울 서부수도사업소에 수질검사를 의뢰한 바 있다.   

검사결과  중금속의 기준 초과로 급수가 일시 중단되고 전문업체를 통해 중금속 오염 원인을 찾아내 20년 이상된 노후급수관 교체를 해야한다는 결론을 얻어냈다.

하지만 관할 교육청과 학교측의 예산부족으로 노후배관 교체가 어렵게 되자 수도사업소는 깨끗한 수돗물을 시료로 재검사를 해 적합 판정을 내려 이 문제를 덮어버리고 말았다.

이때문에 이 학교 학생들은 수질이 부적합하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채 수돗물을 이용하고 있다.   

합법을 가장한 수질검사를 실제와는 다르게 조작한 서울시 수도사업소와 이에 동조한 학교 측 그리고 이런 수질 검사를 시행케한 환경부는 그 책임에서 자유로 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돗물의 불신을 해소하고 수돗물 안심검사제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수돗물 옥내배관 정체수 수질검사제 도입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