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을 억제하기 위해 주유소에 설치돼 있는 유증기 회수장치가 액화시설의 미보급으로 제구실을 하지 못해 대기오염은 물론 돈만 낭비하는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환경부가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않아 비난을 사고 있다.

저유소의 유증기 액화설비 설치 지역을 넓히기 위해 시행령까지 개정해 놓았으나 이미 시행중인 수도권지역 주유소의 경우 유증기 회수 장치만 설치해 놓았을 뿐 액화장치 보급은 제자리걸음을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대기 환경개선을 위해 시행중인 수도권의 저유소나 주유소에서 나오는 발암성 휘발성 물질 VOC3을 잡는다며 유증기 회수장치와 액화장치 설치를 의무화해 시행중인데 오는 2017년까지 인구 100만 이상 도시에도 의무화가 확대된다.

이에 따라 전주시 등 전북지역 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하고 있는 S-오일 군산저유소의 경우 최근 18억 원을 들여 미국산 유증기 액화장치를 설치하고 시험가동 중에 있다.
   
SK, 현대 등 저유소를 갖추고 있는 다른 업체들도 유증기 액화시설 설치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제는 주유소에서 주유시 지하탱크에 회수한 유증기가 액화되지 않은 채 그대로 대기중으로 새는데 있다.

법을 시행할 당시 유증기 회수장치를 마치 액화장치인양 설치하도록 하고, 정작 설치해야할 액화장치 보급을 뒤로 미룬채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 주유소에 설치된 유증기 액화장치는 10대에도 못 미치는 것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자 환경부는 지난해 초 뒤늦게 인하공대 모 교수팀에게 용역비 약 1억 원을 주고 일부 주유소에 자부담으로 설치한 유증기 액화시설에 대한 기술력과 경제성 등의 분석을 의뢰해 그 결과가 나왔는데도 공개 자체를 연말로 미루고 있다.

취재 결과 시중에 이미 설치돼 있는 유증기 액화치의 경우 2만 리터를 운반해 온 유조차가 지하탱크에 기름을 저장하는 25분 동안 발생하는 유증기는 20여 리터로 공중으로 날려보내지 않고 휘발유로 다시 환원돼 대기오염 억제는 물론 경제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용역 결과가 취재진이 확인한 것처럼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면 보급을 전국으로 확대해야 하는데 대당 구입비가 2,000여만 원에 달해 경기불황 등으로 주유소 스스로 구입, 설치하기엔 역부족이다.

따라서 액화장치의 구입자금을 정부가 먼저 지원해주고 기름으로 환원되는 양을 돈으로 환산해 이자를 포함한 지원금액 전액을 환수하는 방법을 선택하면 주유소도 별 부담없이 액화장치를 설치할 수 있게 돼 휘발성 물질의 대기오염 우려를 일시에 없앨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