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명품의 정의를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무엇이냐는 물음에 나는 한동안 망설일 수 밖에
없었다.

추상적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여러 사람들이 납득할만한 대답은 어려웠다.

당시 강사로 나선 분이 명품이란 “존경과 사랑을 받을만한 물건” 이라고 표현해 신선했다.

그럼 부동산에도 명품이 있을까.

존경과 사랑을 받을 만한 부동산은 시중의 명품가방처럼 값이 비싸야 하는 것일까.

명품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그 사람의 일과 관련된 부동산이라면 명품이 아닐까.

최근에 본 일본 영화 ‘내일의 기억’에서 주인공이 찾아간 치매 요양소의 풍경이 떠오른다.
그곳의 풍경은 더 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그런 풍경 속에 있으면 저절로 치매 치료가 될 것 같았다.
풍경 못지않게 건물의 구조도 치매 환자 위주로 문턱 없는 방, 미끄럼 방지 타일 등으로 되어
있을 것 같았다.

이런 요양소라면 그 곳 요양소를 개설한 사람이 그리 유명하지 않은 정신과 의사라 해도
대기표를 받아 일정기간 기다려야 입소가 가능 하지 않을까 상상 해 봤다.
그런 요양소는 “존경과 사랑을 받을만한” 명품 부동산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이웃 나라의 이런 명품은 우리나라에도 별반 다르지 않게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도심 전철
역세권의 삭막한 뒷골목 빌딩에 돈을 벌기 위해 개설한 치매 요양소를 명품 부동산이라고
할 수 있을까.

또 다른 명품 부동산의 예를 보자.

배우 모씨 부부가 소유한 청담동 6층 빌딩은 ‘어린이 사업 관련자에게만 임대하고 임대료도
주변 시세의 반’ 이라고 한다.
여기에 더해 이들 부부는 임대 수익의 대부분을 기부 한다니 그 빌딩은 진정 명품 부동산이고
이들 부부는 대중의 인기를 차치하고 명품 인생이다.

또 TV 유명 탤런트 모씨가 주동이 되어 조성한 남해안 모처의 전원주택 마을의 경우이다.

이곳에 모여 사는 사람들은 인근 마을 주민의 어려움을 해결 해 주는 등 매사 인근 마을에
봉사의 자세로 노후를 보낸다고 한다.

이곳 전원마을을 명품 부동산이라고 부른다면 이의를 제기 할 사람이 있을까.

비교를 위해 값비싼 서울의 모 빌라의 경우 주위 같은 평형 빌라보다 약 30%가량 비싸게
거래 된다.

그래도 매물이 없는데 설령 매물이 나와도 주변 중개업소를 거치지 않고 알음알음으로 거래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빌라 19세대가 한 가족처럼 관계가 돈독하게 교류하기 때문이다.

그 중 어떤 한 가구가 부부 동반으로 해외여행을 나가는 경우에도 그 집 아이들은 친척이
와서 돌보지 않고 이웃에 부탁하면 된다고 한다.

이 빌라는 값은 비싸지만 진정한 명품의 반열에 끼어들 수 있을까.

자신이 살아온 인생, 자기가 천직으로 해 왔던 일과 관련된, 일정 부분 자신이 정립한 나름의
철학으로 부동산을 관리하는 사람의 부동산이 진정한 명품 부동산이다.

스포츠 스타가 자신의 종목인 스포츠의 경기장이나 연습장을 세우고 그 주변 토지를 확보해
관련 선수나 꿈나무들의 일시 및 장기 거주지를 조성 한다면 그 또한 명품 부동산이 될 것이다.

이제 몸 짱, 얼 짱의 시대가 가고 마음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한다.
인문학의 유행이 일반화 되는 것은 그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고 말하는 사람의 의견에 공감 한다.

이제 이런 흐름을 가장 보수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간주 되어온 부동산에도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사람이 곧 부동산’이라는 아주 평범하고 상식적인 기본을 아는데 꽤 오랜 시간을 우회
해 왔다.

“돈을, 돈 버는 일을 생각하지 말고 즐겁게 일하는” 사람이 명품 인생과 명품 부동산을 꾸리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직접 체득하기까지 나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허비 했다.

부동산을 투자의 수단으로가 아닌 사람 냄새나는 명품으로 관리하고 활용하는 방법은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가능할 것 같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부동산을 사야 투자해야 성공한다.”는 아주 평범한 원칙을 “부동산 투자를 사람을 위해 하면 명품이 된다.”로 바꾸기만 하면 된다고 본다.

5년 전 친구 중 하나가 같은 시기에 두 곳의 매물이 있는데 어느 곳의 토지를 사야하는지
물어 온 적이 있다.

한 곳은 경기도 용인시의 그린벨트이고 다른 하나는 경기도와 강원도 접경의 복선 전철역이
들어서는 역세권 500미터 이내의 계획관리지역 토지라고 한다.

두 곳은 같은 가격이고 넓이도 같으며 지목도 둘 다 전(밭)이라고 한다.

“투자로 돈을 생각 한다면 용인이고 너 나름의 철학이 있다면 그에 맞는 곳의 토지를 사라”고
했다.

5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이 되어서야 그 친구는 그 때 내 말을 비로소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한다. 평범한 이 원칙을 체득하는데 5년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당시 선택의 결정 요소로 사람을 먼저 생각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용인의 그린벨트가 예의 역세권 토지같이 개발 등 토지이용에는 제약이 있지만 인구 유입의
지속성에서는 비교 우위의 부동산이다.

역세권은 전철 이용으로 접근성이 우위에 있으나 자동차 소유가 일반화 되어가면서 보통
지방 전철역은 스쳐 지나가는 곳이지 머무는 곳이 아니기에 인구 유입에는 한계가 있다.
토지 용도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드는 곳이라면 그 사람들에 의해에 그 토지의 활용 방안이
더 다양 해 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린벨트의 경우 시설채소 재배가 가능하고 인구 집중으로 언젠가 용인시가 토지 용도로
바꿀 가능성도 있다.

이제 친구가 선택한 전철역 역세권의 토지를 명품으로 바꾸는 활용 방안을 없을까.

있다. 친구가 해 온 일과 해당 부동산을 접목해 “사람을 위한 부동산”으로 만드는 나름의
철학에서 출발하면 된다.

여기서 중요 한 것은 쉽지는 않겠지만 ‘언젠가 그 토지를 팔아 투자이익을 남겨야 한다’는
일반적으로 고착된 고정 관념을 떨쳐 내는 일이다.

명품이 되고나면 자연 가격이 오르고 가격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감동과 사랑, 존경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부동산은 “소유 보다 이용”이라고 한다.

이러한 흐름 또한 사람과 부동산, 일에서 사람이 주체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부동산의 투자, 소유는 이용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는 부동산도 시대 흐름을 비켜 갈
수 없다는 또 다른 의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