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 주거에 대한 신선한 새로운 시각을 만났다.

건축가가 설계한 것만이 건축이라고 불리는 현실적인 관행이 모순이라고 느낀 한 젊은 건축학도가
새로운 시각에서 도시와 주거를 보는 발상전환이 돋보였다.

‘ZERO에서 시작하는 도시형 수렵채집생활’이라는 제목의 책이다.
“한 푼의 돈을 들이지 않고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저자 사카구치 교헤는 와세다 대학 이공학부 건축
학과 졸업 후 도쿄 다마 강가 국유지에서 직접 노숙인 들의 생활과 주거 형태를 취재해 이 책을 썼다.
그는 ‘집’, ‘일’, ‘생활’ 하나하나에 대한 우리의 선입관에 의문부호를 붙여야 새로운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문한다. 그래야 가진 돈도 없고, 집도 없으며, 가족도 친구도 없이 세계 4대도시 도쿄에
한 복판에 내팽겨 쳐 있어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노숙인의 ‘일과 생활’에 대한 것도 우리에게 신선하지만 그것은 읽는 사람에 따라 ‘노숙인
나름의 다양한 감정도 있고 모순도 있을 수 있다.’고 평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집은 누구라도
한 번쯤 그들의 시각에서 생각해 볼만하다.

나아가 거기서 출발해 자신만의 환경에 맞는 집에 대한 발상전환의 모티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집이란 짓는 것이 아니라 사거나 빌려 쓰는 것이라는 인식으로 굳어져 있다.

그러나 노숙인 들의 집은 신체의 연장선상에 있는 공간이고, 집이라는 물건은 ‘언젠가는 부서진다.
’는 전제가 깔려 있어 더욱 합리적이다. 그들의 집은 콘크리트로 짓지 않고 주변에 널려 있는 재료를
사용했다. 축제 행사장의 방수용 천막, 종이 박스, 비닐 끈, 대나무, 도매상에서 버리는 각목, 합판,
팔레트를 이용해 집을 짓는다. 빗물 재활용 시스템을 고안해 물 문제를 해결하고 솔라 패널과 축전기
를 연결하거나 발전기를 사용해 자동차에 설치하는 TV를 시청하는 등 전기 문제도 해결한다.
“ZERO엔 하우스”의 저자는 도쿄 시내의 버려진 물탱크에 주거를 마련해 살아본 적이 있다고 한다.

저자가 말하는 노숙자 주거는 몸의 연장선상에서 집을 만들고 집 안 뿐만 아니라 모든 도시 공간을
마치 거실과 정원처럼 사용 한다고 한다. 그는 “ZERO엔 하우스에 사는 사람들은 분명 우리와 다른
시각”으로 도시를 인식한다는 것이다. “시스템 하나 바꾸지 않고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는 용기
로서 자기만의 집, 자기만의 생활을 획득 했다.”고 부언 한다.

이 책을 우리말로 번역한 서승철 님은 “일상의 주변에 비친 도시의 허점들과 그 허점을 비켜나
진정한 삶을 추구하는 열정을 깨달았다고 말하며 그 열정에 대한 해답을 얻지 못할지라도 독자는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일상의 쉼표 하나를 얻을 수 있다”고 썼다. 

자 이제 우리나라에서 이 책이 주는 단초로 우리의 시각에서 발상전환을 해 보자.

제주국제자유도시인 제주도에 오랫동안 방치된 폐가가 1,500가구가 넘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제주도에 별장을 가지기는 너무 사치스럽고 여력도 안 되니 나와 관계없는 도시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다면 이 폐가들을 주목해보면 어떨까.

제주도가 아니라도 전라남 · 북도, 경상남 · 북도, 강원도는 물론 경기도에도 오랫동안 방치되어 조금
만 손보면 거주할 수 있는 폐가가 있다.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각 지자체는
나름 실제 폐가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어떨까.

주거가 가능한 버려진 공간이 없을까 ?

우리의 서울도 버려지거나 빈 공간 중 주거를 목적으로 새로운 시각으로 찾아 나서면 틈새는 있다.
도시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 된 후 오랜 기간 집행되지 않은 지역을 눈 여겨 보자.

일반주거지역에도 오래 방치된 빈 집이 있다.
대로변의 빈 화훼 상가 뒤쪽의 꽃 저장 창고 등은 조금만 발상의 전환을 하면 빈 상가를 관리하거나
시간제로 화훼 일을 도와주는 조건으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모바일 하우스도 주거
의 대안으로 훌륭하다. ‘집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면 국유지에 모바일하우스를
이동시켜 누구나 자신의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해체와 조립이 쉬운 이동식 집을 만들어 깊은 산속으로 이동해 암자로 사용하다 이 암자를 손수레에
끌고 다른 곳으로 이동 했다는(호조키-가모노초매)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이동식 암자는 우리에게 주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태어 준다.

요즘은 버스를 개조해 침대, 부엌, 보일러를 설치해 모바일 하우스로 쓰거나 트럭 위에 별도 제작된
냉동 탑차 모형의 집(‘트럭 켐퍼’라는 사이트도 있다)을 만들어 활용한다.

유럽식 카라반 같이 모터모트용 트레일러를 제작하고 그 위에 한국형 목조주택을 지어 얹어 차량에
연결하는 제작 방법도 있다.

다양한 이동식 주택은 헬리콥터 안에 집을 만들겠다는 구상(이가야 구니오)으로 까지 발상전환을
불러 왔다.

이 이동식 주택을 평창 동계올림픽 선수촌에 만들어 세계 대회가 끝난 후 경매 등의 방법으로
팔거나 아예 미리 주문을 받아 대량 생산해 대회 후 소유자에게 돌려주자는 의견(제로에너지하우스
-이 대철)의견도 있다.

좀 더 확장해 보자.

주거문제가 정부의 초관심사 중 하나인 요즈음 모바일 하우스를 대량 생산해 국 · 공유지에 이동
시켜 도심 속의 시골 마을 같은 장점을 더한 모바일 하우스촌을 만들면 차상위 계층의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일본같이 묵인하거나 당국이 일정부분 허용한다는 전제에서 별도의 토지용도변경이나 별도의 도시
계획이 필요치 않는 모바일 하우스는 전기만 인입해 주면 인터넷을 자유로 사용할 수 있는 붙박이
원룸이 되어 1인가구나 신혼부부의 좋은 보금자리가 될 수 있다.

“ZERO엔 하우스”의 저자는 “우선 당신이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겼던 ‘집’이라는 것에 대해 ‘제로’에
서 생각해 보기 바란다.”고 말한다. 이 말은 누구에게나 단순히 ‘집’이 아닌 주거로서의 ‘집’에 대한
새로운 영감을 준다.

그는 “모든 경제와 기업이 사실은 환상에 지나지 않고, 거기에 안정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이 조금씩 분명 해졌다.” “새로운 관점을 획득한 사람 창조적인 삶의 방법을 찾아낸다.”는 말 또한
음미할 만하다.